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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 편하려고 보여준 건데, 이러다 미디어 중독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미디어를 끊어보기로 했습니다.
육아 미디어, 잠시 나 편하려고 켰다가
처음부터 TV를 많이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밥을 해야 할 때, 설거지를 해야 할 때, 잠깐 쉬고 싶을 때…. “타요 하나만 보자.” 그렇게 시작한 게 어느새 하루 1시간 30분 정도가 되었어요. 주변에서는 “애 키우면서 어떻게 미디어 하나도 안 보여주고 버티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잠깐 TV를 틀어주면 집안일도 할 수 있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생기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TV를 보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끄는 순간이 문제였어요. “이것만 보고 끄는 거야.” 매번 약속했지만 절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어요. TV를 끄면 울고, 떼쓰고, 리모컨을 가져와 다시 켜 달라고 했어요. 어떤 날은 바닥에 드러눕고, 어떤 날은 “타요! 타요!“를 외치며 한참을 울기도 했어요. 저는 아이와 매일 미디어 때문에 실랑이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잠깐 TV를 보여주는 그 시간은 저도 편했어요. 그동안 설거지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잠시 숨도 돌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결국 TV를 끄는 순간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도 울고, 저도 짜증이 나고…. ‘도대체 누굴 위해 TV를 보여준 걸까?’ ‘괜히 보여줬다.’ 이런 후회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때부터는 조금 힘들더라도 끊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콘센트 뽑기, 우리 집 TV는 장식용
미디어를 끊기로 결심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TV를 못 켜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리모컨을 숨겨도 찾아오고, 안 보이는 곳에 두어도 계속 찾더라고요. 결국 TV 콘센트를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어요. 그리고 유준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유준아, TV가 망가졌어.” “아저씨가 와서 고쳐줘야 한대.” 다행히 유준이는 그 말을 믿었어요. 한동안은 “아저씨 언제 와?” 하고 묻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점점 TV를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지금도 유준이는 TV가 망가진 줄 알고 있어요. 그렇게 미디어를 끊고 나니 부모는 훨씬 바빠졌어요. TV를 보던 시간만큼 아이와 놀아줘야 했거든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더 함께 보낸 것 같아요. 자동차 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숨바꼭질도 하고, 산책도 나가고…. 솔직히 처음에는 시간이 정말 안 갔어요.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녁이 되면 몸이 녹초가 될 정도였어요. 그래도 아이와 TV 때문에 싸우는 시간은 없어졌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타요가 잊혀진 지 오래, 지금은 킥보드
처음 일주일은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심심하면 “타요 틀어줘.“라는 말부터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대신 책을 꺼내 읽고, 자동차를 줄 세우고, 블록을 쌓고, 물고기 잡기 놀이를 하고,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어요. 무엇보다 밖에 나가는 걸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TV를 찾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킥보드 타러 가자!“를 먼저 이야기해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늘었고, 자연을 구경하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신기했던게 TV를 안 보여주니까 떼를 쓰는 일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지금은 타요가 잊혀진 지 오래예요. 우리 집은 미디어를 끊은 지 벌써 두 달째입니다. 지금은 주말에만 가족이 함께 영화 한 편 정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예전처럼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보지 않아요. 오히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만 볼래.”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놀러 가는 날이 더 많아요. 처음에는 TV를 안 보여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을 아이와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웃으며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의 체력은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그래도 저는 앞으로도 평일에는 지금처럼 미디어 없이 지내려고 해요. 잠깐 편한 시간을 선택하는 것보다, 아이와 TV 때문에 다투지 않는 지금의 일상이 훨씬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무엇보다 타요보다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 유준이의 모습을 오래 지켜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