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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이라 양보를 모르는 건지, 형제 있는 친구들은 양보를 잘 하더라고요.” 유준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에요. 물론 모든 아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 시기부터 유준이에게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아주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외동 육아, 양보를 모르는 걸까
올해 3월쯤부터였어요. 유준이가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놀이터에서도 변화가 보였어요. 그전에는 친구가 장난감을 만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내 거야!“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킥보드나 축구공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은 절대 빌려주지 않았어요. 친구가 “한 번만 타도 돼?“라고 물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 돼!“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저도 많이 당황했어요.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끝까지 안 된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제가 더 민망하더라고요. ‘내가 양보를 잘못 가르쳤나?’ ‘외동이라 이런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이런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사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외동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어요. “우리 애도 자기 물건은 절대 안 빌려줘.” “놀이터만 가면 맨날 그래.” 이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저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놀이터를 가만히 지켜보니 제가 자주 만나는 외동 친구들도 자기 물건은 쉽게 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대로 형제나 자매가 있는 친구들은 집에서 자연스럽게 나누고 양보하는 경험을 많이 해서인지, 킥보드나 장난감을 흔쾌히 빌려주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형제가 있으면 집에서 자연스럽게 양보를 배우는 기회가 많고, 외동은 그런 경험이 조금 부족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걱정되는 마음에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여쭤봤어요. “유준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한테 장난감을 잘 안 빌려주나요?” 그런데 선생님 대답이 정말 의외였어요. “유준이는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이랑 장난감도 잘 나누고, 양보도 잘해요.” 그 말을 듣고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놀이터에서는 절대 안 빌려주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잘한다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거든요. 그때부터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어쩌면 유준이는 양보를 모르는 아이가 아니라,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큰 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자매·쌍둥이 옆에서 본 차이
특히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있어요.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세자매 친구와 쌍둥이 친구예요. 그 아이들은 서로 나누는 모습이 정말 자연스러웠어요. 유준이가 “킥보드 한 번 타도 돼?“라고 하면 흔쾌히 “응!” 하며 빌려주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친구가 유준이 킥보드를 타려고 하면 유준이는 얼른 달려가 “안 돼!“라고 했어요. 그 순간마다 괜히 제가 더 미안했어요. 상대 친구는 기꺼이 빌려줬는데 우리 아이는 끝까지 안 빌려주니, 저는 친구에게 “미안해. 아직은 빌려주는 게 어려운가 봐.“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기한 점도 있었어요. 먹는 건 정말 잘 나눠 먹더라고요. 과자를 하나씩 건네주고, 과일도 친구랑 같이 먹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킥보드나 축구공처럼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절대 빌려주지 않았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도 ‘소중한 물건’의 기준이 있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됐어요.
간식 나눠주기, 유준이 방식
그래서 저는 억지로 “친구한테 빌려줘.“라고 말하기보다 작은 나눔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어요. 놀이터에 갈 때면 간식을 조금 넉넉하게 챙겨갔어요. 그리고 유준이에게 이야기했어요. “친구한테도 하나 줄까?” 처음에는 쑥스러운지 혼자 가지 못했어요. 제 손을 꼭 잡고 친구에게 다가가더라고요. 친구 앞에 서서는 작은 목소리로 “이거 먹을래?” 하고 건네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친구가 “고마워!” 하며 받아주면 유준이도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 저를 한번 쳐다보는데 그 표정이 정말 뿌듯해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양보도, 나눔도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은 킥보드를 선뜻 빌려주지 못하는 아이예요.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친구들과 잘 나누고, 간식도 친구에게 먼저 건네줄 줄 아는 아이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억지로 “빌려줘!“라고 시키기보다, 친구와 함께 웃고, 기다리고, 나누는 경험을 하나씩 쌓게 해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배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유준이도 먼저 “같이 타자.“라고 말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날을 서두르기보다 지금은 아이의 속도를 믿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양보를 배워갈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