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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첫 봄, 창문을 열었을 때 마당 가득 피어난 벚꽃을 보고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나무는 그저 집을 꾸미는 조경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변화를 알려주는 것도 나무였고, 아이와 함께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주는 것도 나무였습니다. 정원을 꾸미고 싶다면 예쁜 꽃을 많이 심는 것보다 우리 집 환경에 맞는 나무를 하나씩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정원에 심기 좋은 나무, 사계절을 즐기려면 꽃 피는 시기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정원을 처음 꾸미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봄에 예쁜 꽃이 피는 나무만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벚꽃처럼 화려한 꽃이 피는 나무만 있으면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니 정원이 생각보다 허전해 보였습니다. 꽃이 모두 지고 나니 초록색만 남았고, 가을에는 더욱 단조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때서야 사계절을 고려한 식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식재를 계획할 때는 개화 시기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화 시기란 식물이 꽃을 피우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를 잘 조합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벚꽃나무와 라일락, 명자나무가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가 오랫동안 꽃을 피워 봄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며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겨울에는 침엽수가 푸른 잎을 유지해 삭막한 계절에도 정원에 생기를 더해줍니다. 저희 집 앞에는 큰 벚꽃나무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창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벚꽃이 눈에 들어오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마당에 흩날립니다. 아이도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 벚꽃을 구경합니다. 아이방 앞에는 모과나무가 있는데, 봄에는 꽃이 피고 시간이 지나면 작은 열매가 맺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꽃이 열매가 됐네.“라고 이야기하며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습니다. 교과서보다 가까운 자연이 아이에게 더 좋은 배움이 된다는 것을 전원주택에 살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계절별 추천 나무
- 봄 : 벚꽃나무, 라일락, 명자나무
- 여름 : 배롱나무
- 가을 : 단풍나무
- 사계절 : 침엽수
월동이 잘되는 나무를 선택하면 관리가 훨씬 편합니다
나무를 고를 때 꽃의 색이나 모양만큼 중요한 것이 월동입니다. 월동이란 겨울 추위를 견디고 다음 해에도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예쁜 나무만 찾았지만, 알아볼수록 우리 지역 기후에 맞는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벚꽃나무와 단풍나무, 라일락은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무난하게 월동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해마다 새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키울 수 있습니다. 반면 배롱나무는 여름 내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추운 지역에서는 겨울철 보온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겨울 기온을 먼저 확인한 뒤 식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관리 난이도입니다. 처음부터 관리가 어려운 수종을 여러 그루 심기보다는, 월동이 잘되고 병충해에 강한 나무부터 시작하는 것이 부담이 적습니다. 정원은 한 번 꾸미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가꾸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도 처음에는 벚꽃나무가 있는 것이 그저 예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 살아남는 나무가 결국 가장 좋은 나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나무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전원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식재시기만 맞춰도 활착률이 높아집니다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심느냐입니다. 같은 나무라도 심는 시기에 따라 뿌리를 내리는 속도와 이후 성장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낙엽수는 잎이 모두 떨어진 늦가을이나 새순이 나오기 전인 초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나무가 휴면 상태이기 때문에 뿌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고 활착률도 높아집니다. 반대로 배롱나무처럼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나무는 늦봄이나 초여름에 심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또한 나무를 심을 때는 햇빛의 양과 배수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물이 고이거나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는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습니다. 처음 심을 때 위치를 잘 선택하는 것이 이후 관리의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저희 집 뒷마당에는 아카시아나무가 있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은은한 향기가 마당 가득 퍼지고, 창문을 열기만 해도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예쁜 꽃을 보는 것이 정원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직접 살아보니 향기와 그늘, 계절의 변화까지 모두 선물해 주는 것이 나무였습니다. 결국 정원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공간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많은 나무를 심기보다 우리 집의 햇빛과 토양, 지역 기후를 먼저 이해하고, 계절에 맞는 나무를 하나씩 더해가는 것이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는 점점 더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계절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합니다. 저희 집 앞 벚꽃나무처럼 말입니다. 봄이면 꽃으로, 여름이면 푸른 잎으로,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추억으로 남는 것이 바로 정원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