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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잠꼬대, 안돼! 저리가! 화내면서” 31개월 유준이 이야기입니다.
31개월 잠꼬대, 안돼! 저리가! 손사레까지
요즘 유준이는 자다가 갑자기 “안돼!”, “싫어!”라고 소리칠 때가 있어요. 눈을 뜨지 않은 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니 처음에는 낮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걱정됐어요. 어떤 날에는 “안돼! 저리 가!”, “싫어!”, “내 거야!”라고 말하며 실제로 누군가를 밀어내듯 손사래까지 쳐요. 잠든 아이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면서도, 화가 잔뜩 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기에도 자다가 갑자기 깨서 울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눈을 감은 채 울거나 엄마를 찾는 정도였는데, 말이 트이고 나서는 잠꼬대도 함께 버전업됐어요.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문장으로 말할 수 있으니 꿈속에서도 싫은 건 싫다고 확실하게 표현해요. 낮에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다퉜던 건지, 엄마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 속상했던 건지 혼자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려봤어요.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시작하면 제법 큰 목소리로 말해요. 옆에서 “엄마 여기 있어. 괜찮아”라고 조용히 말해주면 다시 잠잠해지기도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금방 깊이 잠들기도 해요. 그런데 유준이의 잠꼬대를 듣다 보니 문득 평소 제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어요.
목욕·양치 거부, 괴물 온다 쓴 이유
유준이는 목욕이나 양치를 하기 싫을 때마다 이리저리 도망가곤 해요.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잡으러 가면 놀이인 줄 알고 더 신나게 달아났어요. 처음에는 차분하게 설명하고 기다려보려고 했지만, 해야 할 일은 남아 있고 시간은 계속 늦어지니 저도 점점 조급해졌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빨리 안 오면 괴물 온다”, “호랑이가 잡으러 온다”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효과는 정말 빨랐어요.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던 아이가 괴물이나 호랑이라는 말 한마디에 기겁하며 달려왔거든요. 당장 목욕과 양치를 시킬 수 있으니 저도 자꾸 그 방법을 사용하게 됐어요. 한두 번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괴물과 호랑이를 소환하게 되더라고요. 기다리고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편했으니까요. 그런데 유준이가 자면서 “안돼!”, “저리 가!”라고 화내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어요. 혹시 제가 무심코 했던 말이 아이에게 불안감을 준 것은 아닐까 싶었어요. 물론 유준이의 잠꼬대가 제가 했던 말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아이를 움직이게 하려고 무서운 존재를 자꾸 이용하는 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괴물과 호랑이를 최대한 부르지 않기로 했어요. 바로 말을 듣게 만드는 것보다 유준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움직일 시간을 줘보기로 했어요.
기다려주기로 바꾼 날, 10분 만에 온 유준이
어제 처음으로 제대로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몇 번 부르다가 결국 “괴물 온다!”라는 말을 했을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준이에게 “엄마는 화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양치하고 싶을 때 와”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한 뒤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속으로는 과연 오기는 할까 싶었어요. 계속 놀기만 하다가 결국 제가 데리러 가야 할 것 같았고요. 그런데 10분 정도가 지나자 유준이가 스스로 화장실로 걸어왔어요. 그리고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엄마, 양치할래요.” 괴물이 온다고 했을 때는 무서워서 기겁하며 달려왔는데, 기다려주니 자기 마음으로 양치를 하러 왔어요. 같은 양치를 하러 온 것이지만 그 모습은 전혀 달랐어요. 억지로 끌려온 표정도 아니었고, 도망가거나 울지도 않았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왔다는 듯 자연스럽게 양치를 시작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애가 원래 이렇게 순딩이였나?’ 싶었어요. 그동안 유준이가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던 놀이를 마무리하고 마음을 바꿀 시간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아이가 바로 움직이지 않으면 제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가장 빠르게 통하는 괴물까지 불러냈어요. 하지만 아이에게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시간이 어른보다 조금 더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물론 매번 10분씩 여유롭게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바쁜 아침이나 시간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저도 다시 조급해질 것 같아요. 그래도 어제 유준이가 스스로 걸어오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무서워서 움직이는 것과 자신의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걸 저도 직접 보게 됐으니까요. 최대한 안 쓰려 하지만 정말 말 안 들으면 또 소환될지도. 그래도 어제 하루는 달랐어요. 한 번 기다려봤을 뿐인데 유준이도 저도 화내지 않고 양치를 끝낼 수 있었으니, 오늘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