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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랑자겠다는아들

     

    “매일 밤 누구랑 잘 거야 물으면 아빠! 엄마는 일해~ 라고 함” 어느 날부터 유준이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엄마와 자던 아이였는데, 아빠와 몇 번 자더니 엄마는 아주 자연스럽게 잠자리에서 제외됐어요.


    아빠랑 자겠다, 단 3번 만에

    그동안 유준이는 거의 매일 저와 함께 잤어요. 남편이 유준이와 자겠다고 해도 제가 데리고 자는 날이 더 많았고, 유준이 역시 별다른 거부 없이 엄마 옆에 누웠어요. 그러다가 제가 밤에 해야 할 일이 생기면서 남편에게 유준이를 재워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아빠와 잘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더라고요. 그렇게 아빠와 단 3번을 잤을 뿐인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오늘은 엄마랑 잘까?” 물어보면 고민도 하지 않고 “아빠랑 잘 거야!”라고 대답했어요. 엄마와 수백 번은 잤을 텐데, 아빠와 단 3번 자고 마음이 바뀌다니요. 아이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허무했어요.


    엄마는 일해~ 유준이의 선고

    요즘은 잠자리에 들기 전마다 유준이에게 누구와 자고 싶은지 물어봐요. “유준아, 오늘 누구랑 잘 거야?” “아빠! 엄마는 일해" 엄마가 밤에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모습을 몇 번 보더니, 이제는 제가 정말 일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지도 않아요. 엄마는 당연히 일하고 자신은 아빠와 자는 것으로 정해버렸어요. 아이에게 통보받는 느낌이라 웃기면서도 조금 서운했어요. 혹시 이제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게 된 건가 싶어 찾아봤는데요. 두 돌 전후의 아이가 특정 부모를 유독 찾는 것은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해요. 엄마와 아빠의 순위를 정한 것이라기보다 자기 취향과 선택을 표현하고, 독립성을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비롯한 여러 보호자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애착을 쌓을 수도 있어요. 지금 아빠를 찾는다고 해서 엄마와의 애착이 약해졌거나 엄마를 덜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니 조금 안심됐어요. 그래도 “엄마는 일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유준이를 보고 있으면, 배려받는 건지 밀려난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말랑이 살 만지며 자는 게 내 낙

    사실 저는 매일 밤 유준이의 말랑말랑한 살을 만지며 자는 게 낙이었어요. 통통한 팔도 만지고, 따뜻한 배에 손을 올려놓기도 했어요. 자는 아이의 볼을 살짝 만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유준이가 잠들기 전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것도 귀여웠어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책에서 본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잠든 뒤에는 이불을 걷어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다시 덮어주는 것까지 제 몫이었어요. 아빠와 자는 날에는 저녁 시간이 갑자기 길어졌어요. 밀린 글도 쓰고, 사진도 정리하고, 여유롭게 씻을 수도 있어서 정말 편해요. 그런데 막상 방문이 닫히고 방 안에서 아빠와 유준이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면 괜히 궁금해져요. 지금쯤 잠들었나, 이불은 잘 덮었나, 엄마를 찾지는 않나 신경 쓰여요. 정작 유준이는 엄마를 찾지도 않고 아빠와 아주 잘 자는데 말이에요.


    아빠랑 자면 안 깨는 이유, 쥐죽은듯이 자서

    제가 유준이와 자면 잠꼬대 때문에 밤에 두세 번은 깨는 것 같아요. 유준이가 뒤척이거나 “안 돼, 저리 가!”라고 잠꼬대를 하면 저도 바로 눈을 떠요.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자세를 확인하다 보면 깊이 자기 어려운 날도 있어요. 그런데 아빠와 자는 날에는 둘 다 정말 잘 잤다고 해요. 유준이도 깨지 않았고, 아빠도 아침까지 푹 잤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아빠가 옆에서 쥐죽은 듯이 자고 있어서 유준이도 덩달아 깊이 자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작은 움직임이나 잠꼬대에도 바로 반응하지만, 아빠는 웬만한 소리에는 꿈쩍도 하지 않거든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부모마다 자면서 보이는 반응이 달라 유준이의 수면 모습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아이 수면에서는 누가 재우느냐보다 매일 비슷한 잠자리 과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양치하고, 책을 읽고, 불을 끄는 순서를 일정하게 반복하면 아이도 이제 잘 시간이라는 것을 예상하기 쉬워져요. 미국소아과학회에서도 양치하기, 책 읽기, 일정한 시간에 잠들기처럼 단순하고 반복되는 잠자리 습관을 권하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와 자는 날에도, 아빠와 자는 날에도 같은 순서로 잠자리를 준비하려고 해요. 재워주는 사람은 바뀌어도 유준이가 익숙하게 느끼는 잠자리 흐름은 그대로 지켜주는 거예요. 번갈아가며 재우니 밤에 할 일을 할 수 있어 확실히 효율적이에요. 그런데 막상 유준이가 망설임도 없이 아빠랑 자겠다고 하면 여전히 조금 서운해요. 편하게 일할 시간을 얻고도 방문 너머의 말랑이 살이 그리운, 참 알 수 없는 엄마 마음이에요.

     

    2026.09.17 - [육아기록] - 31개월 아이가 가르쳐준 것, 이씨는 나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