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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개월아이가가르쳐준것

    “엄마 화내면 어떡해~ 화내지 마!” 저는 화를 낸 게 아니었어요. 평소보다 말투가 잠깐 단호하게 바뀌었을 뿐인데, 31개월 유준이는 금세 알아차렸어요. 제 표정을 가만히 살피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화내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뜨끔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엄마의 말투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아이가 됐나 싶었어요.


    31개월 육아, 엄마 화내면 어떡해

    요즘 유준이는 제가 사용하는 말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높낮이나 표정까지 함께 살피는 것 같아요. “유준아, 이거 정리해야지.” 같은 말이라도 평소보다 조금 딱딱하게 말하면 곧바로 “엄마 화내면 어떡해~ 화내지 마!”라고 해요. 저는 화가 난 게 아니라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말투가 잠깐 바뀐 것뿐인데, 유준이에게는 그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졌던 모양이에요. 처음에는 “엄마 화 안 냈어”라고 설명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제가 화를 냈는지 아닌지보다 유준이가 제 말투를 어떻게 느꼈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어른에게는 조금 단호한 말투여도 아이에게는 화난 목소리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31개월 아이가 엄마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평소와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31개월한테 말투 교정받은 날

    “알겠어~ 엄마가 다정하게 말할게.” 유준이의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리고 같은 말을 조금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해봤어요. 그러자 유준이의 표정도 금방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도 모르게 제 말투를 한 번 더 살피게 됐어요. 특히 바쁜 아침이나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때는 목소리가 쉽게 딱딱해져요. 그럴 때마다 유준이의 “화내지 마!”라는 말이 떠올라 더 조심하게 돼요. 육아 정보를 찾아보니 어린아이들은 부모와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언어뿐만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도 배운다고 해요. 영유아 발달기관인 ZERO TO THREE에서도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이야기하면 아이가 그 말투와 태도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해요. 결국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언어의 모델인 셈이에요. 그렇다고 부모가 매 순간 다정한 목소리만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부모도 피곤할 수 있고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으니까요. 다만 말투가 거칠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엄마 말투가 세졌네. 미안해. 다시 말할게”라고 고쳐 말하는 모습도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씨·이쁘게 말해야지, 유준이의 언어 감지

    요즘 유준이는 엄마 아빠가 사용하는 표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제가 답답한 마음에 무심코 “이씨”라고 하면 바로 쳐다보며 말해요. “그 말은 나쁜 거야.” ‘이씨’라는 표현 자체를 무조건 나쁜 말로 규정한다기보다, 우리 집에서는 기분이 나쁠 때 거칠게 내뱉는 말을 줄이자는 신호가 됐어요. 아이에게 말 예쁘게 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부모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표현은 없는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의견이 달라 목소리가 조금 커질 때면 유준이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요. “이쁘게 말해야지~” 31개월 아이가 엄마 아빠 사이를 중재하는 모습이 귀엽다가도 뜨끔해요. 분명 평소에 우리가 유준이에게 자주 해주던 말인데, 어느 순간 그 말을 그대로 돌려받고 있었어요.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에서는 아이의 말이나 몸짓에 어른이 눈맞춤과 말, 포옹 등으로 반응하는 주고받기식 상호작용이 초기 언어와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해요. 아이가 보고 있거나 느끼는 것을 말로 표현해 주는 것도 언어 연결을 돕는다고 해요. 그래서 유준이가 “엄마 화내지 마”라고 말할 때 바로 부정하기보다 “엄마 말투가 화난 것처럼 들렸구나”라고 먼저 받아주려고 해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준 다음 “엄마는 화가 난 게 아니라 지금 정리가 필요해서 단호하게 말한 거야”라고 상황을 설명해 주는 거예요. 무조건 예쁜 말만 골라 쓰는 것보다 화가 났을 때도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왜 또 그래?” 대신 “엄마가 여러 번 말해서 조금 힘들어”, “하지 마!” 대신 “그렇게 하면 다칠 수 있으니 멈춰줘”라고 말하는 연습도 해보려고 해요. 유준이의 말을 듣고 나니 제가 무심코 내뱉던 말들이 떠올랐어요. 아이에게 예쁘게 말하라고 하기 전에, 저부터 말투를 더 다정하게 바꿔야겠어요.
    앞으로는 유준이에게만 예쁘게 말하라고 하기 전에 제 말투부터 한 번 더 살펴보려고 해요. 혹시 목소리가 날카로워진 날에는 모른 척 넘기지 않고 사과한 뒤 다시 이야기하려고요. 31개월 유준이에게 말투를 교정받으며 엄마도 함께 배우는 중이에요.

     

    2026.09.15 - [육아기록] - 아들 첫 스포츠머리 후기, 귀여운 아이에서 남자아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