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처음엔 왜 이렇게 안아달라지 걱정됐다.” 31개월이 된 유준이가 요즘 부쩍 안아달라는 말을 자주 해요. 이제 제법 잘 걷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는데, 갑자기 다시 아기처럼 안기려고 하니 처음에는 걱정됐어요. 제가 너무 자주 안아줘서 습관이 된 건지, 독립심을 길러줘야 할 시기에 계속 안아줘도 괜찮은 건지 고민되더라고요.
31개월, 왜 이렇게 안아달라고 할까
유준이는 잘 놀다가도 갑자기 제게 와서 “엄마, 안아줘”라고 말해요. 조금 전까지 혼자 신나게 움직이던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저도 모르게 바로 안아주게 돼요.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니 마음 한편에는 걱정도 생겼어요. ‘이제 많이 컸는데 왜 이렇게 안아달라고 하지?’ ‘계속 안아주면 혼자 하려고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안아주는 것이 버릇을 만드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바쁘거나 힘든 날에는 “유준이 이제 형아잖아. 혼자 걸어야지”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유준이는 하루 종일 안겨 있으려는 것이 아니었어요. 충분히 놀다가 피곤할 때, 낯선 상황에서 마음이 불편할 때, 엄마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을 때 잠깐 안아달라고 했어요. 말로 자신의 감정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안아줘”라는 말은 단순히 걷기 싫다는 뜻만은 아닐 수 있겠더라고요. 피곤하거나 속상한 마음, 엄마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었어요. 안아달라는 말을 무조건 떼쓰는 행동으로 보기보다, 지금 유준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더 살펴보게 됐어요.
책 읽고 나서 달라진 것
그러다 육아책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신체 접촉을 충분히 채워주는 것이 정서적 안정과 부모와의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읽었어요. 신생아 때만 많이 안아줘야 하는 줄 알았는데, 조금 더 큰 아이에게도 부모의 따뜻한 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요. 힘들거나 불안할 때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 경험이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부모가 눈맞춤이나 말, 포옹으로 반응하는 주고받기 경험은 정서와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아이가 안아달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따뜻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런 관계 경험 중 하나가 될 수 있고요. 또 안정적이고 반응적인 양육 관계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느낄 때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돼요. 아이는 처음부터 혼자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해요. 책을 읽고 나니 유준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보다 더 자주, 더 꽉 안아주기 시작했어요. 대충 들어 올렸다가 바로 내려놓기보다 잠깐이라도 유준이의 등을 감싸 안아줬어요. “엄마가 안아주니까 좋아?”라고 물으며 등을 토닥여주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유준이도 제 목을 감싸고 저를 더 꽉 안아줬어요. 제가 한 번 힘을 주어 안으면 유준이도 작은 팔에 힘을 주며 똑같이 안아주더라고요. 안아주는 건 제가 유준이에게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위로받는 순간도 많았어요. 아이의 따뜻한 몸과 작은 팔이 저를 감싸는 느낌이 좋아서 조금 더 오래 안고 있게 됐어요. 물론 아이를 자주 안아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면역력이 좋아지거나 모든 발달 영역이 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포옹을 포함해 아이의 요구에 꾸준히 반응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서와 전반적인 발달을 받쳐주는 것에 더 가까워요. 이제는 안아달라는 말을 들으면 ‘또 안아달라고 하네’라고 생각하기보다 ‘지금 엄마 품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잘 때 보면 손이 하염없이 작아 보여
낮에는 혼자 하겠다고 고집도 부리고, 엄마 말을 제법 능숙하게 따라 하는 유준이를 보면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잠든 유준이 옆에 누워 가만히 바라보면 아직도 너무 작아요. 이불 밖으로 나온 손을 보면 손가락 하나하나가 하염없이 작아 보여요. 낮에는 다 큰 아이처럼 행동해서 저도 모르게 많은 것을 기대했던 마음이 잠든 모습을 보면 사르르 풀려요. ‘그래, 아직 31개월이지.’ 이제 잘 걷고 자기 생각도 말할 수 있지만, 엄마 품이 여전히 필요한 어린아이예요.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과 안기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제가 안아주고 싶어도 유준이가 먼저 품에서 빠져나가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지만, 이 말도 영원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나는 내일은 더 많이 안아줘야겠다 생각했다. 잠든 유준이의 작은 손을 바라보던 순간, 오늘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한 일이 마음에 남았어요. 안아달라고 찾아오는 지금만큼은 걱정보다 따뜻한 품을 먼저 내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