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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꽃이 피고, 아기열매가 맺혔다가 이렇게 빨갛게 됐어. 주렁주렁 열렸어.” 유준이가 토마토 관찰책을 읽다가 한 말이에요. 책에서 본 내용과 집 앞에서 직접 키우고 있는 토마토의 모습을 연결해서 자기 말로 꽤 길게 설명하는데 순간 놀랐어요. 예전에는 제가 주로 책을 읽어줬는데, 요즘은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읽어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같은 책 한 권도 누가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접하는 말과 대화가 달라질 수 있구나 느끼고 있어요.
아이 책읽기, 엄마와 아빠 방식이 달랐어요
저는 유준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책에 적힌 내용을 충실하게 읽어주는 편이에요. 중간중간 교육적인 질문도 많이 했고요. “이건 무슨 색이지?” “여기 동물이 몇 마리 있을까?” 책을 읽는 김에 뭐라도 하나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저와 조금 달랐어요. 책에 자동차가 나오면, “유준이도 아빠랑 이런 자동차 봤었지?” 바다가 나오면, “우리 바다 갔을 때 뭐 했었지?” 하면서 책 속 내용을 유준이의 실제 경험과 자꾸 연결해요. 그러면 유준이는 한참 기억을 더듬어요. “모래놀이 했어!” “아빠랑 물에 들어갔어!” 책 한 권을 읽는데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는 거예요.처음에는 속으로 ‘책을 읽는 건지 수다를 떠는 건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유준이는 아빠와 책을 볼 때 자기 경험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책에서 봤던 장면을 자기가 경험했던 일과 연결해서 기억하기도 하고, 전에 아빠와 나눴던 이야기를 다음에 같은 책을 읽을 때 다시 꺼내기도 했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아빠가 읽어주는 방식이 유준이에게는 더 재미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책에 적힌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주는 것만이 책읽기는 아니었던 거죠.
아빠 책읽기, 언어 경험이 달라질 수 있대요
아빠와 유준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아이 책읽기에 대해 조금 더 찾아봤어요. 아빠의 책읽기가 아이의 언어 경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책을 읽으면서 사용하는 언어나 대화 방식의 차이였어요. 책에 적혀 있는 문장만 읽기보다 평소 아이가 자주 접하지 않았던 조금 더 어렵거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고, 책의 내용을 아이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과 연결해 대화를 확장하기도 하는 거예요. 저희 집 아빠의 책읽기 방식과도 꽤 비슷했어요. 예를 들어 책에 바다가 나오면 단순히 “여기는 바다야.”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도 바다에 갔었잖아. 그때 물이 어땠어?” “유준이는 아빠랑 뭐 했었지?”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요. 그러면 아이는 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기억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다시 말로 표현해보게 되는 거죠. 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아이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아이의 생각과 말로 돌아오는 셈이에요. 저는 예전에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주는 것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요즘은 유준이가 중간에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 책을 잠시 멈추기도 해요. “그랬어?” “그때 또 뭐 했었지?” 하고 아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줘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아빠가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도 누가 책을 읽어주느냐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에 가까워요. 엄마와 읽을 때 접하는 말이 있고, 아빠와 읽을 때 나누는 이야기가 있고,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읽는다면 또 다른 표현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죠. 여러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와 책을 읽어주는 환경은 그만큼 아이가 다양한 말과 표현, 대화 방식을 경험할 기회를 넓혀줄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아빠와도 자연스럽게 책 읽는 시간을 나누고 있어요. 제가 읽어주는 방식과 아빠가 읽어주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오히려 좋은 점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같은 책 5번, “토마토 주렁주렁 열렸어”
엄마 아빠가 번갈아 책을 읽어주면서 재미있는 변화도 생겼어요. 같은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해요. 한 번 읽은 책인데 또 가져오고, 다 읽으면 다시 처음으로 넘겨요. “또 읽어줘.” 어떤 날은 같은 책을 5번까지 읽어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예전 같으면 속으로 ‘아까 읽었는데 또…?’ 했을 텐데, 요즘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유준이 나름의 책 읽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특히 요즘 좋아하는 책이 토마토 관찰책이에요. 마침 집 앞에서 실제 토마토를 키우고 있어서 책 내용과 현실이 연결되니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책에서 토마토 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실제 토마토의 꽃도 찾아보고, 작은 열매가 생기는 장면이 나오면 우리가 봤던 아기 토마토 이야기도 했어요. 그렇게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읽어줬는데 어느 날 유준이가 그림을 보면서 먼저 말했어요. “토마토가 꽃이 피고, 아기열매가 맺혔다가 이렇게 빨갛게 됐어. 주렁주렁 열렸어.” 제가 읽어준 문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책에서 본 내용과 직접 관찰했던 경험을 연결해서 자기 말로 설명하는 모습이 꽤 신기했어요. 반복해서 같은 책을 읽는 시간도 단순히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듣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그림을 보고, 다음에는 내용을 기억하고, 또 읽으면서 자기 경험을 떠올려 이야기해요. 읽을 때마다 아이가 책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많아지는 게 보였어요. 물론 이 시기에 유준이의 말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를 엄마 아빠가 번갈아 책을 읽어준 덕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도 있을 테고,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고 일상에서 나누는 수많은 대화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그래도 예전에는 엄마 위주로 책을 읽어줬다면, 요즘은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읽어주면서 유준이가 책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가 훨씬 풍부해진 건 느껴져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도 번갈아 읽어주려고 해요. 누가 더 잘 읽어주느냐보다 엄마도 아빠도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저희 집에서는 그게 아이에게 더 다양한 말을 들려주고, 자기 이야기를 꺼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읽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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