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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아이밥먹이기

     

    밥숟가락을 든 채 아이가 먹어주기를 계속 기다려요. “유준아, 이것만 한입 먹자.” “이거 먹고 놀자"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 보면 저녁 한 끼 먹이는 데 20~30분은 금방이에요. 밥을 차리는 것보다 한 숟가락 먹이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 원래 혼자서도 밥을 잘 먹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숟가락을 들고 아이를 따라다니고 있었어요. ‘분명 혼자 잘 먹던 아이인데 왜 내가 다시 밥을 먹여주고 있지?’ 그래서 요즘은 밥 한 숟가락을 더 먹이는 것보다 다시 식사습관을 잡아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이 밥상 앞 20~30분, 숟가락 들고 기다리기

    유준이는 원래 밥을 정말 잘 먹는 아이였어요. 밥시간이 되면 알아서 식탁에 앉고 혼자서도 곧잘 먹었어요. 식사하는 동안에는 비교적 밥에 집중하는 편이었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달라졌어요. 몇 숟가락 먹다가 장난감이 눈에 들어오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다시 불러서 앉혀놓으면 또 다른 게 궁금한지 몸을 꼼지락거려요. 그렇다고 밥을 먹기 싫어하는 것도 아니에요. 놀고 있는 유준이에게 제가 밥을 가져다주면 또 입은 잘 벌려요. 그러니 엄마 입장에서는 ‘한입만 더 먹이자’라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숟가락에 밥을 올려놓고 기다렸다가 한입 넣어주고, 다시 놀러 가면 또 기다리고…. “유준아, 이것만 먹고 놀자.” “진짜 마지막 한입!” 하다 보면 어느새 20~30분이 훌쩍 지나가요. 어느 날은 밥 한 끼 먹이고 나니 진이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문득 제가 아이를 따라다니며 먹여주는 행동 때문에 오히려 식사시간이 더 길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돌아다녀도 계속 먹여줬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먹는 양보다 식사하는 습관을 먼저 다시 잡아보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저도 숟가락을 들고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당장은 한두 숟가락 덜 먹더라도 ‘밥은 식탁에 앉아서 먹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습관부터 다시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린이집 식사예절 책자, 잔소리 대신 꺼냈어요

    그러다 생각난 게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식사예절 책자였어요. 처음에는 한번 읽어보고 책장에 넣어뒀는데,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활용해볼 때다 싶었어요. 제가 계속 “밥 먹을 때 돌아다니면 안 돼.” “식탁에 앉아서 먹어야지.” 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그림을 보면서 직접 이해하는 게 더 잘 통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밥 먹기 전에 유준이와 함께 책자를 다시 봤어요. 식사할 때는 자리에 앉아 있기, 음식으로 장난치지 않기처럼 기본적인 식사예절을 하나씩 보면서 이야기해줬어요. 그리고 실제 식사 중 유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바로 혼내기보다 물어봤어요. “유준아, 아까 책에서 뭐라고 했지?” 그러면 신기하게도 잠깐 멈춰서 생각하더라고요. 제가 계속 “안 돼!”라고 말할 때와는 반응이 조금 달랐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고치려고 하지 않고 한 가지 규칙부터 반복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밥 먹을 때는 식탁에 앉아서 먹기.” 이거 하나예요. 밥 흘리지 않기, 반찬 골고루 먹기, 음식으로 장난치지 않기까지 한꺼번에 요구하면 저도 계속 잔소리를 하게 될 것 같았어요. 아직 세 살이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키는 것보다는 하나씩 익혀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도 최대한 짧게 하려고 해요. “돌아다니면 안 돼!”라고 몇 번씩 이야기하는 대신, “밥은 어디에서 먹지?” 라고 물어보면 유준이가 “식탁!” 하고 대답해요. 그리고 잘 앉아서 먹고 있는 순간에는 바로 칭찬해줘요. “유준이 오늘 혼자 잘 먹네.” “앉아서 먹으니까 엄마가 너무 편하다.” 잘못했을 때만 이야기하기보다 잘하고 있을 때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면 안 된다 했어요” 스스로 지키기 시작했어요

    며칠 동안 같은 방법을 반복하다 보니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어요. 제가 이야기하기도 전에 유준이가 스스로 규칙을 떠올릴 때가 있더라고요. 밥을 먹다가 장난을 치려고 하다가도 갑자기, “이러면 안 된다 했어요.” 라고 이야기해요. 그러고는 다시 행동을 고쳐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꽤 신기했어요. 엄마가 옆에서 “하지 마!”라고 이야기해서 멈추는 것과 자기가 배운 내용을 기억해서 행동을 바꾸는 건 다르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바로 지적하기보다 한 번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해요. “유준아, 책에서 뭐라고 했지?” “밥은 어디에서 먹는 거지?” 이 정도만 물어봐도 자기가 기억해서 다시 자리에 앉을 때가 제법 있어요. 물론 갑자기 식사시간이 완벽하게 달라진 건 아니에요. 어떤 날은 잘 앉아서 먹다가도 장난감이 보이면 뛰어가고, 밥보다 노는 게 더 재미있는 날도 있어요. 저 역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다시 숟가락을 들고 기다릴 때도 있고요.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따라다니면서 어르고 달래기보다는 조금씩 식사시간의 기준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어요. 한 번 잘하던 습관이라고 해서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닌가 봐요. 아이가 크면서 다시 흐트러지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가 또 알려주고 기다려줘야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유준이가 먼저 “이러면 안 된다 했어요.” 하면서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스무 번 잔소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당장 밥 한 숟가락을 더 먹이는 것보다 스스로 앉아서 먹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 저희 집은 지금 그걸 다시 연습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