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불을 다 꺼도 놀겠다고 떼쓰고, 안 자겠다고 다시 불을 켰어요. “엄마랑 더 놀 거야!” 분명 하루 종일 같이 있었고, 저 나름대로는 충분히 놀아줬다고 생각했는데 잠자리에만 가면 더 놀겠다고 칭얼거렸어요. 그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오늘도 엄마랑 많이 놀았잖아. 도대체 얼마나 더 놀아줘야 하는 거야?’ 그런데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을 읽다가 아이가 말하는 “놀아줘”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조금 뜨끔했어요. 나는 그동안 정말 아이와 ‘같이 놀았던’ 걸까?
육아 놀이, ‘놀아줘’의 진짜 뜻을 알았다
저는 아이가 “엄마, 놀아줘.”라고 하면 심심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난감을 꺼내주기도 하고, “우리 이거 해볼까?” 하면서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을 읽으면서 제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의 “놀아줘”라는 말에는 단순히 ‘심심해요’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소통하고 싶어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유준이도 그랬어요. 꼭 새로운 장난감을 원하는 게 아니었어요. 자동차 하나를 들고 와서 “엄마 이것 봐봐.” “엄마도 해.” 하면서 저를 자기 놀이 안으로 자꾸 불러들였어요. 아이에게 놀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책에서는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 30분 정도는 아이와 온전히 놀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이야기해요. 이때 중요한 건 30분을 채우는 것보다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이나 집안일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에게 집중하는 거예요. 저도 하루 종일 아이만 보고 놀아줄 수는 없어요. 집안일도 해야 하고, 저도 쉬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계속 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짧더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놀아준다고 착각했던 3가지, 아이 뒤를 따라가 보기
책을 읽으면서 특히 뜨끔했던 건 제가 그동안 ‘놀아줬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놀이와 아이가 원하는 놀이는 조금 다를 수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많이 했던 건 크게 세 가지였어요.
첫 번째,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유준이는 거실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저는 옆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집안일을 했어요. 저는 ‘그래도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노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두 번째, 새 장난감을 사주는 것.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 같으면 새로운 장난감이나 교구를 찾아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원했던 건 새로운 놀잇감보다 엄마가 지금 자기가 하는 놀이를 봐주고 같이 해주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세 번째, 놀이를 자꾸 교육으로 연결하는 것. 블록을 가지고 놀면 색깔을 물어보고, 숫자를 세어보고, 책을 보면 뭔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좋은 놀이를 해주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보다 제가 시키고 싶은 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여태 놀아준 게 놀아준 게 아니었구나.’ 그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럼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제가 책을 읽고 기억에 남았던 건 부모가 앞에서 끌고 가기보다 아이 뒤를 따라가 보는 것이었어요. “우리 이거 하자!”라고 먼저 정하기보다 아이가 자동차를 굴리면 엄마도 옆에서 자동차를 굴리고, 아이가 블록을 쌓으면 옆에서 같이 쌓는 거예요. “빨간색 자동차네.” “몇 개 있는지 세어볼까?” 하면서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부릉부릉 어디 가는 거야?” “엄마 차도 같이 가도 돼?” 하면서 아이가 만들어놓은 놀이 안으로 들어가 보는 거죠. 놀이의 주인공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
아이 뒤를 따라가며 같이 웃고 반응해주는 것.
요즘은 그게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놀아주는 시간’이에요. 불 다시 켜던 아이, 지금은 순순히 잠들어요 그래서 저도 한번 제대로 해보기로 했어요. 유준이가 자동차를 가져오면 저도 바닥에 엎드렸어요. “부릉부릉~ 엄마 차도 간다!” 하면서 같이 빠방이 놀이를 하고, 블록을 가지고 오면 블록을 쌓고, 곰돌이를 데리고 오면 곰돌이 역할놀이를 했어요. 꼭 하나의 놀이를 오래 해야 하는 건 아니었어요. 빠방이 놀이를 하다가 블록을 가지고 오면 블록을 하고, 책을 가져오면 같이 책을 보고요. 한 놀이에 10분씩이라도 유준이가 가는 대로 제가 뒤를 따라가 봤어요. 저희 집에서는 그렇게 이 놀이 저 놀이를 합쳐 하루 두 시간 정도 충분히 놀아줬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확실히 달라지는 게 있었어요. 바로 잠자리였어요. 예전에는 잘 시간이 되어 불을 끄면 “안 잘 거야!” “더 놀 거야!” 하면서 불을 다시 켜버렸어요. 눈을 비비면서도 놀겠다고 하니 저도 지치고, 결국 잠들기 전까지 실랑이가 이어지는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충분히 놀아준 날에는 “유준아, 이제 우리 자러 가자.” 하면 생각보다 순순히 따라왔어요. 더 놀겠다고 칭얼거리는 것도 거의 없었고요.
물론 ‘두 시간 놀아주면 아이가 잠투정을 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이가 잠을 거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고, 아이마다 필요한 놀이 시간도 다를 테니까요. 다만 저희 집에서는 아이와 온전히 놀아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에게는 제가 준비한 비싼 장난감보다 엄마가 바닥에 엎드려 자동차를 같이 굴려줬던 10분이 더 행복한 놀이시간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고요. 저도 매일 두 시간을 온전히 놀아줄 자신은 없어요. 그래서 꼭 오래 놀아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보다, 하루 30분이라도 휴대폰을 내려놓고 아이가 이끄는 놀이를 따라가 보려고 해요. 충분히 놀았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잘 때도 순순히 따라와서 잠들고 칭얼거림도 거의 없었어요. 언젠가 유준이가 엄마랑 놀아달라고 하지 않는 날이 오겠죠. 그때 아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엄마가 나랑 참 잘 놀아줬지’ 하는 행복한 놀이시간이 조금이라도 많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육아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이 우유 성조숙증 걱정, 목초우유로 바꿨다가 끊기까지 (0) | 2026.09.03 |
|---|---|
| 아이 책읽기, 누가 읽어주냐보다 번갈아 읽었더니 말이 늘었다 (0) | 2026.09.02 |
| 아이 실수에 화낸 날, 곱씹다 보니 내가 반성했다 (1) | 2026.08.29 |
| 아이 밥 먹이기, 숟가락 들고 20~30분 기다리다 찾은 방법 (0) | 2026.08.28 |
| 3살 소아과 후기, 오줌 지리고 사탕사탕 운 날 (0) | 2026.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