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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고민현실

     

    놀이터에서 형제끼리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유준이가 한참 동안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날은 평소처럼 동네 놀이터에 갔던 날이었어요. 형과 동생이 술래잡기를 하며 깔깔 웃고 있었는데, 유준이는 그 아이들 사이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마음이 복잡해졌어요.


    둘째 고민, 유준이가 멀뚱멀뚱 쳐다보던 날

    저는 원래 둘째를 꼭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날 놀이터에서도 그랬어요. 형제끼리 서로 잡으러 뛰어다니고, 장난을 치고, 싸우다가도 금세 다시 웃으며 노는 모습을 유준이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같이 놀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구경하는 걸까?” 유준이 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저는 괜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유준이가 크면 형제자매가 없어서 외롭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엄마, 아빠가 나이가 들고 나면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직 3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인데도 저는 벌써 먼 미래가 걱정되더라고요. 물론 친구도 있고, 어린이집도 있고, 형제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아요. 그런데 부모 마음은 참 이상하더라고요. 아이가 잠깐 멀뚱멀뚱 서 있는 모습 하나에도 여러 생각이 이어졌어요.


    둘이 놀면 엄마아빠 안 찾는다는 말이 부러웠어요

    주변에 형제자매를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꼭 듣는 말이 있어요. “둘째가 첫째보다 더 예뻐.” 처음에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면 조금 이해가 되더라고요. 첫째를 키울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되는데 둘째는 부모도 여유가 생겨서 더 편하게 키우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었어요. “둘이 놀면 엄마, 아빠를 안 찾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조금 부러웠어요. 유준이는 지금도 심심하면 저를 찾고, 같이 놀자고 손을 잡아끌어요. 물론 그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혼자 놀아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형제끼리 둘이 웃고 떠들며 노는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둘째가 있으면 정말 저런 시간이 생길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부러운 마음과 현실은 또 다른 이야기였어요.


    군인 아내가 둘째를 망설이는 이유

    사실 제가 둘째를 계속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예요. 저희 집은 남편이 군인이라 외벌이로 생활하고 있어요. 생활이 어렵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이가 한 명 더 생기면 경제적으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군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발령이 나면 이사를 자주 해야 해요. 새로운 지역으로 가면 저는 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만약 일을 다시 한다 해도 어린아이를 오랫동안 맡기고 일하는 것도 저에게는 아직 큰 고민이에요. 믿고 맡길 곳이 있다면 좋겠지만, 저는 아직 어린 유준이를 오랜 시간 맡기고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제가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더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둘째까지 키울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남편은 둘째를 정말 원해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자녀를 둘 키우고 있고, “둘이라서 더 좋다.”, “나중에는 형제가 있어서 든든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요즘은 거의 매일 둘째 이야기를 해요. “유준이 동생 있으면 좋겠다.” “둘이면 더 재미있게 클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남편을 보면 저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현실을 먼저 보게 돼요. 지금도 아이 한 명을 키우면서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쉽지 않은데 과연 둘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어요. 아이를 가진다는 건 단순히 한 명이 더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과 경제적인 부분, 일, 아이들의 미래까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고민에 빨리 답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낳을까, 말까.’ 하나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지금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어린아이를 오래 맡기는 것이 아직은 불안한 제 마음도,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제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언제 이 고민이 끝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 제 마음이 확고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 후회 없이 둘째를 선택하고 싶어요. 지금은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유준이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며 제 마음도 함께 천천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