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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내성적이었던 모습을 아들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고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외향적인 남편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유준이를 키우다 보니 문득문득 제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아들이 나를 닮은 걸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아들 분리불안, 내성적이던 내 어린 시절이 겹쳤다
저는 어릴 때 꽤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어려웠고, 새로운 곳에 가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했던 건 아니지만 먼저 다가가는 건 늘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부터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성격은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저와 정반대거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금방 친해지고, 어디를 가든 먼저 이야기하고,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유준이도 그런 아빠의 모습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준이를 키우면서 제 어린 시절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었어요. 특히 엄마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그랬어요. 저도 어릴 때 엄마를 정말 많이 따라다녔거든요. 엄마는 늘 바빴는데 저는 그런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엄마가 어딜 가면 같이 가려고 하고, 낯선 곳에서는 더 엄마 옆에 붙어 있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유준이가 제게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방을 옮기면 따라오고, 새로운 곳에 가면 제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어? 이거 완전 어릴 때 나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어요. 저처럼 사람들 앞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아이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할머니할아버지도 안 되는 엄마껌딱지
유준이는 완전 엄마껌딱지에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무리 예뻐해 주셔도 제가 없으면 함께 있으려 하지 않았어요. 잠깐이라도 저희 부부끼리 외출하고 싶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부탁해 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유준이가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부부 둘만의 자유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답니다. 어딜 가든 셋이 함께 가고, 주말에도 늘 같이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사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저는 학창시절에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정말 어려워했어요. 수업시간에 답을 알고 있어도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게 무서웠어요. 괜히 틀리면 어떡하지,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커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들이 꽤 큰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유준이가 엄마에게만 붙어 있으려고 하면 저도 모르게 먼 미래까지 걱정하게 됐던 것 같아요. ‘나중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면 어떡하지?’ 아직 어린아이인데 혼자 너무 앞서 걱정했던 거죠.
키즈카페에서 발견한 것, 엄마가 없어야 논다
그런데 얼마 전 키즈카페에서 생각지도 못한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날도 처음에는 평소와 똑같았어요. 친구들이 주변에서 놀고 있어도 유준이는 제 주변을 맴돌았어요. 제가 움직이면 따라오고, 제가 앉으면 옆에 와서 붙어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화장실에 가야 해서 유준이에게 이야기했어요. “유준아, 엄마 화장실 갔다 올게. 여기서 놀고 있어.” 당연히 따라오겠다고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유준이가 선생님, 친구들과 너무 잘 놀고 있는 거예요.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선생님 이야기도 들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순간 깨달았어요. ‘혹시 내가 있어서 더 나한테만 붙어 있었던 건가?’ 엄마가 보이니까 굳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필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했어요. 언제든 엄마에게 갈 수 있으니까 가장 편하고 익숙한 엄마를 선택했던 거죠. 반대로 엄마가 잠깐 사라지니 그 상황 안에서 스스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유준이는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아이였고, 엄마가 없어도 자기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었어요. 어쩌면 제가 ‘엄마껌딱지’라고 생각하며 너무 가까이에서 챙겨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제는 무조건 옆에서 도와주려고 하기보다 유준이가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 관계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조금씩 거리를 두어보려고 해요. 앞으로는 앞에서 끌어주기보다, 유준이가 혼자 해볼 수 있도록 한 발 뒤에서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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