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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머리감기거부4개월

     

    씻기기 전부터 ’오늘은 어떻게 씻겨야 하지?’라는 고민부터 했어요. 하루를 잘 보내고도 저녁만 되면 머리감기가 걱정됐어요. 아직 씻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머리 안 감을래!“부터 외치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은 또 어떤 방법으로 머리를 감겨야 하나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머리감기 전쟁, 씻기기 전부터 고민

    유준이는 욕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먼저 선언했어요. “머리 안 감을래!” 몸 씻는 건 괜찮은데 유독 머리감기는 정말 싫어했어요. 처음에는 “금방 끝나.”, “눈에 물 안 들어가게 해줄게.” 하며 달래도 보고, 장난도 쳐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불러봤어요. 그런데 머리에 샴푸캡을 씌우는 것 부터 너무 싫어했어요. 억지로 하려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몸에 물을 뿌리며 노는 건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상하게 머리에 물이 닿는 것만큼은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겨우 시작하면 저도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에 급해지고, 유준이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더 긴장하는 것 같았어요. 요즘같이 더운날 밖에서 땀흘리고 오면, 안씼길 수도 없고요. 씻기는 저도 지치고, 우는 유준이도 지치고…. 그래서 저녁이 되면 저도 모르게 ’오늘은 또 무슨 방법을 써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됐어요.


    캡 없이 감긴 날, 4개월 거부의 시작

    유준이는 생후 6개월쯤부터 샴푸캡을 사용했어요. 샴푸캡을 씌우면 물이 얼굴로 흐르지 않으니까 그동안은 머리감기를 크게 싫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는 머리감기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샴푸캡 없이 머리를 감긴 적이 있었어요. ‘이제 많이 컸으니까 괜찮겠지.’ 저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었는데 유준이에게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머리를 감기는 과정에서 얼굴로 물이 흘렀고, 유준이가 크게 놀랐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조금씩 머리감기를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잠깐 그러다 말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를 감는다는 말만 들어도 미리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유준아, 씻으러 가자.” 이 말만 해도 먼저 “머리 안 감을래!“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별일 아닌 경험이 아이에게는 꽤 무섭게 기억됐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정확히 그날의 경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부터 거부가 시작된 걸 보면 얼굴로 물이 흘렀던 기억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머리를 감기기 전에도 미리 이야기해 줘요. “엄마가 눈에 물 안 들어가게 해줄게.” “천천히 할 거야.” “우리 캡 쓰고 하자.” 머리감기는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천천히 경험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머리감기 거부가 벌써 4개월째입니다.


    사자 비듬·호랑이 어흥 작전이 통했다

    4개월 동안 정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어요. 좋아하는 장난감을 욕실에 가져가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머리를 잘 감으면 엄청나게 칭찬해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방법들은 잘 통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유준이가 책 한권을 가져왔는데, 마침 머리감기 싫어하는 유준이에게 아주 딱인 책이었어요. 사자가 갈기를 너무 안씻어서 비듬이 생긴 이야기였어요. “유준아, 사자 머리에 비듬이 엄청 생겼대!” “머리 안 감으면 우리 머리에도 비듬이 생길 수도 있대.” 그랬더니 조금 전까지 “머리 안 감을래!“를 외치던 유준이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라고요. “머리 감을래! 머리 감을래!” 저도 순간 속으로 ‘이게 통한다고?’ 싶었어요. 그날은 그렇게 사자 비듬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머리를 감겼어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남편은 또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었어요. 샴푸캡을 씌워주면서, “유준아, 머리 안 감으면 냄새 맡고 호랑이가 어흥 하러 온대!” 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유준이는 무섭다고 하면서도 웃고, 결국 머리를 감더라고요. 이제는 저와 남편도 그날그날 유준이 반응을 보면서 방법을 바꿔요. 사자가 안 통하는 날에는 호랑이가 등장하고, 호랑이도 안 통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요. 물론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어떤 날은 사자도 싫고 호랑이도 싫다며 끝까지 머리를 감지 않겠다고 울기도 해요.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붙잡고 빨리 감기려고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당장은 머리를 감길 수 있겠지만, 유준이에게 머리감기가 더 무서운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4개월째 이어지는 머리감기 전쟁이지만, 언젠가는 이것도 “그때 머리 한 번 감기려고 사자까지 불렀었지.” 하며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