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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물공포증후기

     

    “들어가면 아빠껌딱지, 안아서 안 내려왔어요.” 올여름 처음 찾은 왕산해수욕장이었는데, 유준이는 바다를 보자마자 아빠 품으로 달려갔어요. 물 가까이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목을 꼭 끌어안은 채 내려오지 않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오늘도 물놀이는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아이 물 공포증, 8개월째 수영장도 바다도 못 들어감

    유준이가 물을 무서워하게 된 건 올해 3월쯤부터였어요. 그전에는 목욕도 잘하고 물을 싫어하는 아이는 아니었는데, 어느 날 수영장에 다녀온 뒤부터 물만 보면 긴장하기 시작했어요. 수영장에 들어가려고 하면 저나 아빠를 꼭 붙잡고 절대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어요. 발만 담가보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튜브를 보여줘도 고개를 저었어요. 한 번 안기면 두 팔에 힘을 꽉 주고 절대 내려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어느새 8개월이 흘렀어요. 수영장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계곡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물놀이를 가도 대부분 구경만 하다 돌아오는 날이 많았어요. 여름이 되었는데도 물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늘 아쉬웠어요.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스스로 그렇게 위로하면서도 혹시 이 두려움이 계속 이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왕산해수욕장, 튜브 타면 안 가라앉는다 해도 소용없었어요

    얼마 전 왕산해수욕장에 다녀왔어요. 혹시 바다는 수영장과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있었고, 물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모래놀이만 실컷 하고 와도 괜찮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예상대로 유준이는 바다를 보자마자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했어요. 아빠 품에 안긴 채 주변 친구들이 물놀이하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저는 계속 이야기했어요. “유준아, 튜브 타면 안 가라앉아.” “엄마가 계속 잡아줄게.” “친구들도 다 타고 있잖아.” 옆에서 신나게 노는 친구들을 보여주며, “유준아, 친구들처럼 한번 타볼까?” 하고 튜브를 건네봤어요. 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어요. “시러! 시러!” 오히려 더 아빠를 꽉 끌어안고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그냥 모래놀이만 하다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지로 물에 들어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반강제로 앉혔더니, 불안한 표정이 평온해졌어요

    “엄마가 잡아줄게.” “절대 안 놓을게.” 계속 이야기하면서 조심스럽게 튜브를 가까이 가져갔어요. 유준이는 여전히 싫다고 했지만, 엄마가 옆에서 계속 잡아준다는 걸 보여주며 살며시 튜브에 앉혀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거의 반강제였던 것 같아요. 제가 바로 옆에서 두 손으로 튜브를 꼭 붙잡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표정이 정말 불안해 보였어요. 처음에는 몸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요. 조금 지나니, 조심스럽게 손을 물에 담그더니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반갑던지요. ‘드디어 물을 만졌네.’ 그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기뻤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튜브 위에서 웃기 시작했고, 물을 손으로 툭툭 치며 놀이를 즐기더라고요. 튜브가 안전하다는 걸 스스로 느낀 것 같았어요. 그 이후에는 모래놀이도 하고, 얕은 바닷가를 왔다 갔다 하며 놀기 시작했어요. 주변 친구들이 첨벙첨벙 뛰어노는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따라 뛰어다니더라고요. 8개월 동안 그렇게 무서워하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기쁘더라고요. 사진을 얼마나 찍었느지 몰라요. 우리 유준이 이제 극복했구나. 정말 대견했어요.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음 물놀이에서는 또 무서워할 수도 있고, 수영장에서는 다시 긴장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올여름 처음 찾은 바다에서 유준이가 물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빠 품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던 아이가, 튜브 위에서 물장구를 치고, 친구들을 따라 첨벙첨벙 바닷물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역시 준비가 되면 스스로 한 발씩 내딛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저도 너무 조급하게 ’왜 우리 애는 물을 이렇게 무서워하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유준이의 속도를 믿고 기다려주려고 해요. 올여름에는 물놀이를 조금 더 자주 가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저보다 먼저 바다로 뛰어들어 “엄마, 빨리 와!“라고 외치는 날도 오겠죠. 그날을 기대하며, 이번 여름은 유준이에게 물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