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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둘육아후기

     

    “이불 들고 ‘저기로 갈까?’ 하면서 방과 방을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어느 날 아이 둘이 작은 이불 하나를 들고 자기들끼리 방을 옮겨 다니며 놀기 시작했어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어른 한 명씩 붙어줘야 놀던 아이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둘이 대화하고 놀이를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구나.’ 싶더라고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 기억

    유준이에게는 4개월 차이 나는 여자 사촌 누나가 있어요. 개월 수가 비슷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만나면 같이 놀게 해주려고 했는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논다’고 하기에는 애매했어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거든요. 한 명이 자동차를 가지고 놀면 다른 한 명은 전혀 다른 장난감을 찾는 식이었어요. 제가 중간에서 “유준아, 같이 이거 해볼까?” 하며 놀이를 연결해줘도 잠깐뿐이었어요. 결국 다시 각자 놀기 바빴답니다. 특히 작년 말 함께 갔던 일본 여행이 생각나요.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가면 둘이 알아서 놀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어요. 아이 한 명당 어른 한 명이 필요했어요. 한 명은 유준이를 따라다니며 놀아주고, 다른 한 명은 사촌을 봐줘야 했어요. 둘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다르니 자연스럽게 어른들도 따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아이 둘이 같이 있으니 조금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 바빴어요. ‘둘이 조금만 더 크면 같이 놀겠지.’ 그때는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말이 부쩍 늘고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달라졌어요.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각자 노는 게 아니라 서로 말을 걸고, 대답하고, 한 명이 놀이를 시작하면 다른 한 명이 따라가요. 이제야 진짜 ‘둘이 같이 노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이불 들고 방 옮기기, 그 장면

    이번에 둘이 노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웃겼어요. 갑자기 작은 이불 하나를 들더니 둘이 방으로 들어갔어요. 한참 놀다가 다시 이불을 들고 나오더니 다른 방으로 향하더라고요. “저기로 갈까?” 한 명이 이야기하면 다른 한 명이, “그래! 그럴까?” 하고 대답해요. 사실 옆에서 듣고 있으면 둘이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정작 자기들끼리는 너무 잘 통해요. 한 명이 무언가 이야기하면 다른 한 명이 알아들은 듯 대답하고, 둘이 같이 우르르 다른 방으로 뛰어가요. 그러다가 또 무언가를 들고 나오고, 웃고, 다시 들어가고 둘만의 놀이가 계속 이어졌어요. 그 밖에 침대나 소파에서 같이 뛰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서로 얼굴만 쳐다봐도 까르르 웃어요. 동요를 틀어주면 둘이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행동인데 아이들은 정말 자기들만의 세상에 들어간 것처럼 신나 보여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너무 웃기면서도 신기했어요. 예전에는 제가 중간에서 아무리 놀이를 연결해줘도 같이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들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었어요. 둘이 알아서 놀고,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다음에 뭘 할지도 정해요. 아이가 말을 잘하게 된다는 게 단순히 엄마,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만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말이 늘면서 또래와 관계를 맺고 함께 노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그냥 바라봤다

    더 신기했던 건 어른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아이 하나씩 맡아서 계속 놀아줬을 텐데, 이번에는 어른들이 옆에서 그냥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이불을 들고 방에서 방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쟤네 둘이 뭐 하는 거야?” 하면서 웃기만 했어요.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둘이 잘 놀고 있는 흐름을 방해할 것 같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둘이 노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는 게 신기했어요. 예전에는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없어서 이런 모습을 천천히 바라볼 틈조차 없었거든요. 아이의 성장은 키가 몇 센티미터 컸는지,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로만 느껴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어느 순간 엄마의 손이 하나씩 덜 필요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컸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생각도 하나 들었어요. ‘이제 같이 여행 가면 둘이 놀겠는데?’ 이번 연말에도 온 가족이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작년 일본 여행에서는 어른 한 명당 아이 한 명을 맡아 따라다니느라 바빴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 같아요. 아이 둘이 숙소에서 자기들끼리 뛰어놀고, 어른들은 옆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봐요. 그런 행복한 기대감을 안고 슬슬 여행 계획도 짜보려고요. 둘이 방을 오가며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특했어요. 지금처럼 함께 웃고 장난치면서 커서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른 손이 조금씩 필요 없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느꼈어요. 아이들이 크니, 이런 날이 정말 오긴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