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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아이사과교육

     

    “5번을 타일렀는데도 사과를 안 해서 결국 제가 대신 사과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놀던 날이었어요. 유준이가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할 상황이 생겼는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가 대신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순간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도 함께 있어서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31개월 사과, 5번 타일러도 끝까지 안 했다

    유준이에게 처음부터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유준아,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해야지.” 처음에는 부드럽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이야기했어요. “친구한테 미안한 일이 있으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그래도 싫다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요. 한 번, 두 번, 세 번. 거의 다섯 번 정도를 타일렀는데도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더라고요. 평소에는 제가 여러 번 이야기하면 결국 사과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조금 기다려주면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날은 정말 끝까지 안 하더라고요. 결국 제가 친구에게 대신 사과했어요. “미안해. 유준이가 아직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기 싫은가 봐. 이모가 대신 사과할게” 친구에게는 미안했고, 주변에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도 있다 보니 솔직히 창피한 마음도 들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사과를 잘하나?’ ‘내가 평소에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건가?’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개념 부재인지 똥고집인지, 엄마 판단은 후자?

    처음에는 31개월이면 아직 사과의 의미를 잘 모르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유준이가 ‘미안해.’라는 말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에요. 평소에도 상황에 따라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가 있고, 제가 알려주면 따라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과의 개념을 전혀 몰라서라기보다는 그날은 그냥 유준이의 고집이 발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준이는 요즘 자기 기준이 굉장히 확실해졌어요. 예를 들어 과자가 조금이라도 부러지면 안 먹겠다고 할 때가 있어요. 멀쩡한 과자를 줘야 마음에 들어 해요. 친구들과 간식을 먹을 때도 그래요. 평소에는 자기가 먼저 나눠줄 정도로 잘 나눠먹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내 거야!” 하면서 절대 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 나눠먹던 아이가 왜 갑자기 이러나 싶어요. 31개월이 되면서 자기 물건에 대한 생각도 강해지고, ‘내가 할 거야’, ‘내 거야’, ‘싫어’처럼 자기주장도 훨씬 강해진 느낌이에요. 그래서 사과 역시 엄마가 하라고 한다고 바로 하고 싶지는 않았던 걸까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에게 잘못한 상황에서도 사과하지 않는 걸 그냥 넘어가도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어요.


    목마른 친구, 결국 물 먹으러 집에 갔다

    그날 특히 마음에 걸렸던 일이 하나 더 있었어요. 같이 놀던 친구가 목이 말랐는지 유준이가 가지고 있던 물을 조금 달라고 했어요. 평소 같으면 나눠줄 때도 있는데 그날은 유독 싫다고 하더라고요. “유준아, 친구 목마르대. 물 조금 줄까?” 이야기했는데도 싫다고 했어요. 친구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유준이는 자기 물이라면서 계속 마셨어요. 결국 남아 있던 물까지 혼자 다 마셔버렸어요. 친구는 물을 마시지 못했고 결국 물을 먹으러 집에 갔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물론 유준이 물이니 꼭 친구에게 줘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됐어요. 내 것을 나눠주는 것과 친구를 배려하는 것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도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친구가 목이 말라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저는 괜히 더 미안했어요. 유준이에게 다시 이야기했어요. “친구가 목이 말랐는데 물을 못 마셔서 집에 갔어. 다음에는 친구가 목마르다고 하면 조금 나눠주자.”
    31개월 아이에게 제가 원하는 만큼의 배려와 사과를 기대하는 게 너무 빠른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교육을 잘못시켰나.’ 하는 자책도 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이야기한다고 바로 배우는 건 아니겠죠.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억지로 “미안해.”라는 말만 시키기보다 왜 친구가 속상했는지, 왜 사과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알려주려고 해요. 엄마인 저도 아이와 함께 사과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가는 중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