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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한 번에 10번 읽어줬어요.” 아침에 유준이가 영어 단어책 한권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한 번 읽고 끝날 줄 알았는데 “또!“를 외치며 계속 읽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같은 책을 열 번 정도 읽어줬는데, 그날 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어요.
영어 단어책, 같은 책 10번 읽은 아침
요즘 저는 매일 영어 동화책 한권은 꼭 읽어주려고 하고 있어요. 영어를 빨리 가르치고 싶다기보다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듣고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유준이가 좋아하는 영어동화책이 있는데, 이 날 아침에는 새로운 영어 단어책을 가져오더라고요. 저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책이라 유준이가 가져왔을 때 좀 흥미로웠답니다. 근데 한 권 읽고 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유준이가 책을 덮자마자 또 읽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또 읽어줘!” “또!” “”또!” 한 번, 두 번, 세 번. 결국 같은 책을 열 번 가까이 읽어줬어요. 사실 저도 속으로는 ’이제 다른 책 읽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어른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지루한데, 아이들은 반복할수록 더 재미있어하고 더 집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유준이가 좋아하는 만큼 끝까지 읽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하나 하나 단어를 말해주면서 따라 읽도록 했어요. “호랑이는 tiger” “사자는 lion” “여우는 fox” 처음에는 따라 하기만 하던 유준이가 몇 번 반복해서 들으니 그림을 보며 먼저 단어를 말하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괜히 신이 났어요. 유준이가 하나씩 알아들을 때마다 저도 더 크게 칭찬하고, 더 신나게 읽어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준이도 단어 하나 하나 기억하고 싶어서 계속 읽어 달라고 한 거 같아요.
영어 단어 5개, 오후에 다 맞혔어요
더 놀라웠던 건 오후였어요. 아침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봤는데 유준이가 아침에 알려줬던 단어를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이건 뭐였지?” 하고 물어보니 하나씩 대답하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같이 봤던 단어 다섯 개를 거의 다 맞혔어요. 사실 저는 한두 개만 기억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기억하고 있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맞힐 때마다 저는 정말 크게 칭찬해 줬어요. “우와! 맞았네!” “우리 유준이 진짜 잘한다!” 칭찬을 들을 때마다 유준이 표정이 점점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걸 보니까 나중에는 더 자신 있게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부모의 반응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답을 맞힌 뒤에는 스스로 뿌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날 저는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보다 ‘영어가 재미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여우를 ‘퍼쑤’, 발음은 아직이지만
아직 발음은 많이 서툴러요. 특히 여우를 뜻하는 fox를 말할 때는 “퍼쑤”처럼 귀엽게 발음하더라고요.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저는 일부러 고치려고 하지 않았어요. 31개월 아이에게는 완벽하게 말하는 것보다 영어를 따라 말해보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직은 하나하나 흉내 내는 단계니까요. 그래서 틀린 발음보다는 “잘했어!”, “한 번 더 해볼까?” 하며 자연스럽게 반복해 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자기 전에는 영어 동화책 한 권을 읽고, 어린이집 가기 전에는 영어 단어책 한 권 보는 것이 우리 집 루틴이 됐어요. 매일 한 권씩이라도 꾸준히 읽어주다 보면 어느 날 또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고, 어느 날은 문장까지 따라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유준이가 단어 하나를 알아들을 때마다 저도 덩달아 기뻐져요. 엄마 마음 같아서는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지만, 우선 저는 영어책을 좋아하고, 영어를 재미있는 언어라고 느끼는 아이로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처럼 매일 한 권씩 함께 읽으며 작은 성장을 하나씩 쌓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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