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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개월육아

    듬직하고 든든했어요. 31개월짜리 아들한테 제가 기댈 수 있는 날이 오다니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뭐든 엄마가 해줘야 했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제가 곤란해하는 순간이면 먼저 달려와 도와주려고 해요. 아직 작은 손으로 벌레도 잡아주고, 무거운 택배가 있으면 자기가 하나 들겠다며 나서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들이 정말 많이 컸구나.’ 싶어요.


    31개월 육아, 기댈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는 늘 제가 유준이를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무서워하면 안아주고, 못 하는 게 있으면 대신 해줬어요. 아직 31개월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가끔 그 반대가 되는 순간이 생겨요. 제가 무서워하거나 곤란해하면 유준이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거든요. 물론 31개월 아이가 엄마를 얼마나 도와줄 수 있겠어요. 어른이 보기에는 정말 작은 행동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작은 행동들이 저는 왜 이렇게 든든한지 모르겠어요. 특히 제가 벌레를 무서워하는데 벌레가 나타났을 때 유준이가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들한테 기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예전 같았으면 제가 유준이 앞을 막고 “엄마가 잡아줄게.” 했을 텐데, 이제는 제가 뒤에서 기다리고 유준이가 앞에 서 있는 순간도 생겼어요. 그럴 때마다 새삼 느껴요. ‘내가 언제 이렇게 듬직한 아들을 키웠지?’ 31개월밖에 안 됐는데도 엄마를 도와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하고 대견해요.


    두 달 전, 아빠 따라 벌레 잡기 시작

    이런 모습이 처음 나타난 건 두 달 전쯤부터였어요. 유준이는 아빠가 집에서 벌레를 잡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벌레가 나타나면 남편이 먼저 달려가 잡아주는데, 어느 순간부터 유준이도 그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초파리 정도는 손으로 직접 잡으려고 해요. 콩벌레나 거미처럼 조금 큰 벌레가 나타나면 맨손으로 잡지는 않고 나름대로 도구까지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 도구가 정말 다양해요. 주변에 있는 책을 가져올 때도 있고, 화장품 통을 들고 올 때도 있고, 컵을 이용하기도 해요. 유준이 눈에는 벌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이면 뭐든 도구가 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제가 벌레를 발견하고 남편을 불렀어요. “여보! 여기 벌레 있어!” 그러자 아빠만 오는 게 아니라 유준이까지 같이 달려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한테 말했어요. “엄마, 기다려! 내가 잡아줄게!”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벌레를 잡으러 달려오는 모습을 보는데 웃기면서도 정말 든든하더라고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벌레를 보면 제가 먼저 유준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들이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달려오는 거니까요. 물론 실제로는 아빠가 마무리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엄마 기다려.“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는 그 마음이 저는 참 좋았어요. 아빠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신기했어요. 제가 아무리 “엄마 도와줘야 해.“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평소 아빠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훨씬 큰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벌레가 나타나면 저도 모르게 유준이를 먼저 찾을 때가 있어요. 31개월 아들에게 벌레를 잡아달라고 하는 엄마라니, 저도 가끔 웃겨요.


    택배도 “엄마 내가 하나 들어줄게!”

    벌레뿐만이 아니에요. 얼마 전에는 택배가 여러 개 도착한 날이었어요. 양손에 택배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유준이가 제 모습을 보더니 먼저 다가왔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엄마, 내가 하나 들어줄게!” 당연히 큰 상자를 맡길 수는 없으니 그중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택배 하나를 건네줬어요. 그러자 두 손으로 꼭 들고는 자기가 엄청 중요한 일을 맡은 것처럼 집까지 열심히 가져가더라고요. 사실 제가 혼자 들어도 충분한 택배였어요. 유준이가 하나 들어준다고 해서 엄청나게 편해진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마음이 참 든든했어요. 예전에는 택배를 들고 아이 손까지 잡아야 해서 오히려 짐이 하나 더 있는 기분이었다면, 이제는 그 아이가 제 짐 하나를 나눠 들겠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요즘은 제가 무언가를 들고 있으면 가끔 먼저 물어봐요. “엄마, 내가 하나 들어줄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작은 상자 하나라도 꼭 건네주려고 해요.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엄마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기분 좋게 받아주고 싶거든요. 31개월 아들에게 이렇게 듬직하고 든든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직은 제가 해줘야 할 일이 훨씬 많은 작은 아이지만, 가끔 이렇게 엄마를 지켜주고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제 옆에 제법 든든한 아들이 생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