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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개월아이눈치

     

    “31개월인데 우리 기분을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 표정이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유준이가 먼저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 감정까지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31개월, 엄마아빠 기분 읽기 시작하다

    31개월이 되면서 유준이에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엄마, 아빠의 기분을 읽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제가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짓거나 아무 말 없이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잠깐 말이 없어지거나 표정이 굳어 있으면 먼저 다가와 물어봐요. “엄마, 화났어요?” 사실 저는 화난 게 아닌 날도 많아요.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거나,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뿐인데도 유준이는 제 표정을 먼저 살펴보더라고요. 혼내지도 않았는데 먼저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짠해져요. ‘이렇게 작은 아이도 엄마 감정을 다 느끼는구나.’ 그 생각이 들면서 저도 제 표정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됐어요. 특히 엄마, 아빠가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도 유준이는 괜히 저희 얼굴을 번갈아 보곤 해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분위기를 훨씬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혼내면 바로 “잘못했어요.” 풀 죽은 눈으로 바라봐요

    유준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저도 혼낼 때가 있어요.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단호하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그러면 유준이는 금방 고개를 숙이며 말해요. “잘못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제 표정을 계속 살피면서 묻더라고요. “엄마, 화났어요?” 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또 물어요. “엄마, 화났어요?” 그러다가 제가 “엄마 안 화났어.“라고 웃으면서 말하면 그제야 표정이 풀려요. 그 모습을 보면 ‘엄마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마음이 미안해져요. “엄마, 화났어요?” 처음에는 그냥 대답을 기다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제 표정이 풀릴 때까지 계속 확인하는 거였어요. 눈은 시무룩해지고, 어깨도 축 처지고, 아무 말 없이 제 눈치를 살펴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요.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내는 이유는 아이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바른 방향으로 알려주기 위해서인데, 유준이는 엄마가 화난 것 자체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혼낸 뒤에도 꼭 안아주면서 이야기해요. “엄마는 유준이가 미워서 혼낸 게 아니야.” “잘못한 행동만 안 되는 거야.”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혼낸 게 미안해진 이유,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

    예전에는 아이는 혼나면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잘못하면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물론 지금도 잘못한 행동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혼내고 나면 제가 더 미안해질 때가 많아요. 유준이는 금방 “잘못했어요.“라고 말하고, 제 표정을 살피며 눈치를 보거든요. 엄마가 괜찮다고 말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괜히 먹먹해져요. 그래서 요즘은 혼낸 뒤 꼭 안아주려고 해요. “엄마가 화난 건 아니야.” “유준이를 사랑하니까 알려주는 거야.” 아직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말들이 하나씩 쌓이면 유준이도 엄마 마음을 조금씩 알아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아직 3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인데도 부모의 감정을 이렇게 세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저도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해요.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조금 더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인지 말이에요. 아이 앞에서 기분대로 행동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도 다 느끼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잘못한 행동은 분명하게 알려주되, 제 감정까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혼내는 순간보다 안아주고 다시 웃어주는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