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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첫째는엄마닮는다더니

     

    “닮지 말았으면 했던 걸 닮아서 미안하고 씁쓸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문득 ‘이건 정말 나랑 똑같네.’ 싶은 순간이 있어요. 좋은 모습을 닮았을 때는 괜히 뿌듯한데, 제가 어릴 때 싫어했던 제 모습을 유준이에게서 발견하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져요. 특히 요즘 유준이를 보면서 내성적인 성격과 고집만큼은 정말 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째 아들 성격, 닮지 말았으면 했던 것만

    아이를 낳기 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성격은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외향적인 편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과도 비교적 쉽게 이야기하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늘 부러웠어요. 반대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그래서 유준이만큼은 저보다는 아빠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점점 크고 자기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제가 어렸을 때 보였던 모습들이 하나둘 보이더라고요. 그럴 때면 신기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해요. 좋은 것만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꼈던 성격까지 아이가 닮은 것 같으면 괜히 ‘이것까지 엄마 닮았네.’ 싶어 씁쓸해져요. 물론 아직 31개월이라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유준이 성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크면서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고, 제가 내성적이라고 느끼는 모습이 단순히 낯을 가리는 시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엄마 눈에는 자꾸 제 어린 시절이 겹쳐 보여요.


    내성적인 성격, 소심함까지 닮은 것 같아

    제가 가장 닮지 않았으면 했던 부분이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정말 어려워했어요. 학교에서도 손을 들고 발표하는 게 무서웠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준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놀이터에 가면 유준이가 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 신나게 놀고 있으면, 분명 유준이도 같이 놀고 싶은지 한참을 쳐다봐요. 그런데 혼자서는 잘 못 가요. 제 손을 잡고, “엄마 같이 가.” 하면서 저를 꼭 데리고 가려고 해요. 제가 친구들 가까이 함께 가줘야 그제야 슬쩍 놀이에 끼기 시작해요. 그 모습을 보면 제가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던 모습이 떠올라요. ‘설마 이것도 나를 닮은 건가?’ 싶어서 괜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억지로 “가서 같이 놀아.“라고 떠밀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이 오히려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처음에만 함께 가주고, 유준이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저는 조금씩 뒤로 빠져보려고 해요. 내성적인 성격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저처럼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하는 경험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자기 힘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연습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고집도 닮았다, 나도 똥고집 소리 들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저를 닮았다고 느끼는 게 있어요. 고집이에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똥고집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번 제가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야 했고, 싫다고 생각하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요즘 유준이를 보면 정말 똑같아요. 예를 들어 목욕할 시간이 돼서, “유준아, 이제 목욕하자.” 하고 이야기해도 바로 오지 않아요. 자기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면 그 놀이가 끝나야 해요. 블록을 쌓고 있었다면 자기가 생각한 만큼 완성해야 움직여요. “이제 씻어야 해.” “안 돼. 지금 씻어야 해.” 몇 번을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때가 있어요. 본인이 하던 걸 끝내야 그제야 일어나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 싶어 답답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비슷한 성격이더라고요. 남편이 옆에서 “누굴 닮았겠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갑자기 하던 일을 끊게 하기보다 미리 이야기해 주려고 해요. “유준아, 이것까지만 하고 목욕하자.” “자동차 한 번만 더 하고 씻으러 가는 거야.” 이렇게 시간을 조금 주면 본인이 마무리하고 오는 날도 많아졌어요. 생각해 보면 고집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보려는 성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무조건 고집을 꺾기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닮아서 귀여운 것도 많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불편했던 성격까지 닮은 것 같을 때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해요. 그래도 유준이는 저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부터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겠죠. 고집이랑 내성적인 건 엄마를 닮은 것 같으니, 머리 좋은 건 아빠 닮기를 바라고 있어요.